경로
환기미술관의 내부를 사진촬영 하였다. 자연광이 스며들 듯 들어오는 미술관의 내부는 오전과 오후, 해질녘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조용하면서도 움직이는 공간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고요함과 높은 천고, 중앙 홀을 둘러싸고 있는 계단이 낯설어서인지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가끔 마주치게 되는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 때문에 완전히 분리된 느낌은 아니다.
부드러운 경계를 가진 내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미술관의 입구는 이중 유리문으로 되어있다. 양측 유리에 푸른색 필름을 부착하면 푸른빛의 방이 되는데 이 곳을 환기의 집, 예술가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외부와 내부의 경계로 생각했다.
유리문의 이미지는 미술관 내부를 촬영한 후 재구성한 사진을 프린트 한 것이다.
관객은 푸른 경계의 필터를 거쳐 실내로 들어간다.
미술관 내부의 전시실들은 문이 없는 게이트형식으로 공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 층을 이어주는 계단도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서의 경로는 실내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자연광처럼 자유롭게 열려 있다.
3층 전시실은 중앙의 작은 계단을 오르며 서서히 드러나는데 정면으로 길고 큰 창이 있다. 창 너머로는 아주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산이 보인다.
창 앞에 스크린을 걸고 미술관 안을 이동하는 경로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투사한다. 영상은 공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의하여 미술관 내부의 곳곳이 하나의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중첩되면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내가 걸었던 미술관 안에서의 경로를 재현했다.
정지된 풍경과 이동하는 경로가 마주치는 자리를 미술관의 출구로 생각했다.
실제의 출구는 아니지만 머물지 않는 예술 정신의 경로와 외부의 세계가 동시에 보이는 곳을 입구와는 또 다른 경계라고 생각했고 외부세계가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 곳을 상징적 출구로 가정했다.
부드러운 경계를 가진 내부 곧 예술 정신이 머무는 세계의 처음과 끝, 입구와 출구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다.